마무리 투수의 역설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 투수의 세이브가 공식 기록으로 인정된 게 1969년이다. 

파나마 어촌 출신의 마리아노 리베라는 뉴욕 양키스 한 유니폼을 입고 19년 동안 역대 최다 652세이브를 기록했다. 올해 야구 명예의 전당 사상 최초의 만장일치 투표를 얻고 Hall of Famer가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의 훈장 대통령 자유메달까지 수여했다. 역대 야구인 대통령 훈장 수여자 가운데 업적에 비해 49세로 가장 빠르다.  홈런 아이콘이며 MLB를 내셔널 패스타임의 반석에 올려 놓은 베이브 루스는 사후에 훈장을 받았다. 

마무리 투수의 역할은 에이스급 선발과 비중이 다를 바 없다. 클로저가 약하면 뒷문이 불안해진다. 역전패를 당하기 일쑤다. 동료들이 제 아무리 점수를 많이 뽑아도 사상누각이 된다. LA 다저스 팬들이 역대 최고 성적(106승)을 올렸음에도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회의적인 이유는 마무리 켄리 잰슨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1점 차 상황에서 등판은 거의 납량극을 보는 듯하다. 잰슨은 올해 자신의 시즌 최다 8차례 블로운세이브를 허용했다.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마무리의 역설이 있다. 마무리는 불을 끄는 소방수다. 이 소방수가 방화범으로 전락하면 야구는 명승부가 된다는 점이다. 야구의 아이러니다. 

지난 1일 밀워키 브루어스는 적지에서 워싱턴 내셔널스 에이스 맥스 셔저를 1회 투런, 2회 솔로 홈런으로 두들겨 3-1로 앞섰다. 디비전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밀워키 크레이그 카운실 감독은 왼손 조시 해더를 투입해 6아웃 세이브로 경기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투아웃 만루 상황에서 20살의 후안 소토에게 적시타를 허용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우익수 루키 트렌트 그리샴의 실책으로 4-3 역전패를 당했다. 홈팀 워싱턴 팬들은 까무라칠 정도로 환호했다. 워싱턴 DC 프랜차이즈 야구팀이 winner take all 승부처에서 이긴 게 1924년 세너터스의 월터 존슨이 월드시리즈 7차전을 이긴 이후 처음이었다. 밀워키 팬들은 속이 상하겠지만 2019년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게임은 명승부다. 클로저 해더가 블로운세이브에 패전투수가 됐기 때문이다. 25살의 파이어볼러 해더는 올해 13차례나 2이닝 또는 이상을 투구했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는 역대급 명승부로 꼽힌다. 1점 차 승부가 4차례나 벌어졌다. 당시 애리조나의 마무리는 한국형 잠수함 투수 김병현이었고, 뉴욕 양키스는 마리아노 리베라. 김병현은 4,5차전 블로운세이브를 했다. 양키스는 연장전에서 4-3, 3-2로 이겼다. 2승3패로 홈으로 돌아온 애리조나는 6차전을 15-2로 대승을 거두며 시리즈 3승3패를 만들었다. 7차전에서 리베라는 2-1로 앞선 8회에 등판했다. 그러나 9회 루이스 곤살레스에게 끝내기 안타를 내주고 머리를 숙였다. 당시 애리조나 2루수가 현 밀워키의 카운셀 감독이다. 카운셀 감독은 블로운세이브를 한 해더나 실책을 저지른 그리샴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아무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야구이니까.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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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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